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사는 친환경·스마트건설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협력사와 스타트업은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는 ‘윈윈(Win-Win)’ 전략이지만 일각에선 기술 탈취나 인력 누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로봇, 드론, 3D공간모델링 부문 신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스타트업 지원부서인 ‘SKIL(SK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하며 혁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친환경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피칭대회인 ‘SKIL 데모데이’를 개최하고 연결 플랫폼 아이디어를 제시한 ‘리코’, 연료전지용 탄소 담지체를 제시한 ‘더카본스튜디오’, 플라스틱 바이오탱크를 제시한 ‘리플라’에 각각 500만원, 300만원, 20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IL 외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함께 R&D 오픈플랫폼을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발굴 및 지원하고 기술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밝히기 어렵지만 향후 공공기간 연계 및 투자 파트너사가 늘어나 지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활발한 건설사 중 하나다. 김대헌 기획담당 사장의 주도로 2019년 국내 건설사 최초의 액셀러레이터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해 스마트건설, 친환경 솔루션 분야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플랜에이치는 설립 2년여 만에 17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 중이다.
한화건설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및 기술협력 강화를 목표로 ‘2021 한화건설 혁신기술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협력사인 ‘에이치쿠도스’와 함께 손끼임사고를 방지하는 ‘포레나 안전도어’를 공동개발해 공동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신기술·신공법 발굴 및 지원 플랫폼인 ‘기술제안센터’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협력해 사내벤처를 시작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건설사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첨단 기술 확보가 용이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입을 모아 스마트건설, ESG경영을 외치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의 포트폴리오는 주택사업에 편중돼 있다”며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려면 인력을 뽑고, 조직을 꾸리고,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데 경직된 건설사에선 그게 여의치 않다보니 대안으로 협력사·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이 같은 상생협력 행보에 스타트업들은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산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의 기술·인력 빼가기가 그 이유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말은 상생협력이지만 실상은 건설사가 짜 놓은 프로젝트에 맞춰 기술과 인력을 보조하는 기술 하청”이라며 “건설사 사업 담당자가 바뀌면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는 등 연속성이 떨어지고, 기술 복제나 인력 누출에 대한 불안감도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 탈취·복제 등 문제가 빈번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엔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건설사들도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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