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포럼] 박동규 “정부-주민-기업-금융사 상생하는 기후금융모델 수립해야”

기후금융 추진 과정서 지역 주민·지자체 소외돼선 안 돼
채권 시장 내 ESG채권 비중 6.7% 불과해 선진국 대비 낮아
금융회사의 ESG분야 스타트업 지원 절실 목소리도

2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1 세계금융포럼’에서 박동규 한양대학교 교수가 ‘우리나라 ESG 금융의 현황과 과제: 기후금융 중심으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세계비즈=오현승·정희원 기자] 전세계적으로 기후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민, 기업 및 금융회사가 상생하는 기후금융 사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사회적채권에 편중된 ESG채권 발행 현황을 개선하고, 신규 투자를 위한 ESG채권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동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6일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금융의 ESG 대전환 및 정립방안’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2021 세계금융포럼에서 ‘우리나라 ESG 금융의 현황과 과제: 기후금융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선진국들과 차별적인 국내 환경에서 기후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한 요건들을 도출하고, 정부, 금융회사, 기업, 주민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이해를 조절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기후금융모델’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업과 주민의 관점에서 기후금융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이들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소요자금을 조달하고 상생을 통해 기후금융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론을 연구,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기후금융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기업과 해당지역 주민의 관점이 빠져선 안 된다”며 “선진국의 제도와 정책, 정부, 기업, 금융회사, 주민의 협조로 성공한 기후금융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그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우리 환경에 맞춰 적용하는 방법론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대표적 벤치마킹 사례로는 대만의 ‘싱글 윈도(Single Window)’, 덴마크의 ‘원스톱숍(One Stop Shop)’ 등을 꼽았다.

 

국내에서 최초로 지역주민이 사업주로 참여해 시행된 풍력발전 사업인 ‘자은주민바람발전소’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자은주민바람발전소는 이전까지의 투자자, 공급자 위주 기후금융에서 주민 참여형으로 국내 기후금융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된 사례”라면서 “지역 고용창출, 지역경제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은 발행채권 투자에 따른 이자수익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전체 채권발행시장에서 ESG채권의 비중이 6.7%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택금융공사 등 특정 발행기관에 편중돼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ESG채권 총발행액 중 주택금융공사(38조 3000억 원),  예금보험공사(1조 3000억 원), 한국장학재단(9000억 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이른다. 유형별로도 사회적 채권의 발행 비중이 95.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SG채권 발행이 신규투자보다 기존 사업에 치중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금융기관, 공기업,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주로 기존 사업 수행을 위해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자금조달의 승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발행규모는 많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ESG펀드 시장에 대해선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투자설명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과 프로세스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 편입 종목의 ESG 성과가 어떠한지, 편입 종목 중 ESG 관련 분쟁에 연루된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ESG펀드로 분류돼 판매되는 펀드들이 실제로 ESG 투자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국내 설정 ESG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4618억 원으로, 최근 3년 간 연평균 47%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기후금융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김형미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부교수는 기후금융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예로 태양광 발전 추진 과정에서 디벨로퍼가 단기적 수익 및 엑시트에 치중할 경우 삼림 훼손 등 난개발에 따른 주민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 환경을 장기적으로 보존하면서 주민들이 같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금융기관이 ESG분야에 기여할 만한 스타트업 등에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스타트업이 신기술 및 혁신 아이디어를 통해 ESG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며 “금융기관은 단순히 재무적 가치 측면에서만 의사결정을 하지 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나 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탄소중립 등 이슈는 전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념과는 분리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택 세계일보·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사장이 26일 ‘2021 세계금융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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