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초읽기… “시범케이스 될라” 건설사 비상

삼성물산 ‘장비위험제거장치’… 현대건설 ‘자동계측모니터링’
앱 활용·조직개편도… 업계 “안전사고 브랜드 신뢰도 악영향”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비상 체계에 돌입했다. 건설업 특성상 현장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선 건설사들은 현장 내 사고 예방을 위해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관련 업무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스마트건설 기술을 활용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정보통신·센서 기술을 통해 건설장비의 가동 시간과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하는 장비 위험제거장치(R.E.D)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불필요한 장비 투입을 방지하고 작업 대기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위험구역에 접근하는 장비 운전원과 안전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경고해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장비 위험제거장치를 향후 테이블리프트, 이동식크레인, 지게차 등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건설장비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며 “기존에 활용했던 현장관리 시스템들과도 연동해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한 현장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붕괴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의 가설구조물 및 지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건설사 최초로 개발, 현장에 적용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장에 설치된 자동계측 센서와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가시설 구조물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안전사항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인 ‘안심, 안전에 진심’을 개발해 운용 중이다. 앱을 통해 현장의 모든 근로자가 당일 작업의 위험도, 팀원 현황, 안전수칙 등 주요 점검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본사에 통합 안전관리 관제센터를 신설하고 국내외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데이터를 종합 모니터링하며 CCTV와 웨어러블 캠을 통해 안전사고 위험성을 즉시 확인 및 조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광주 붕괴 참사로 홍역을 치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 보장하고, 위험신고센터를 개설해 근로자가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신속히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에 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무스마·메이사·오픈웍스·우리기술·유엔이커뮤니케이션즈·이편한자동화기술 등 6개 협력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oT 센서를 활용한 중장비 충돌 방지 및 자산관리 기술, 드론 플랫폼 통한 토공량 산정 및 적재 물품 파악 기술, AI 현장 위험성 평가 기술 등을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 동부건설은 대표이사 직할로 ‘안전보건경영실’을 신설해 안전보건조직을 확대하고, 안전보건경영실장에 관련 전문가인 오수찬 상무를 선임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복 및 과잉처벌 등 논란이 많은 중대재해법이지만 일단은 첫 시범 케이스는 되지 말자는 게 건설사들의 분위기”라며 “현장 내 사고는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당분간 건설사들의 안전시스템 확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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