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기자] 유통업계 ‘양대산맥’ 롯데와 신세계가 커지는 와인 시장을 놓고 맞붙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와인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홈술, 홈파티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와인이 가정용 주류 시장 강자로 부상한 데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경쟁은 신세계가 선점한 시장을 놓고 롯데가 추격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신세계는 2008년 설립한 와인 사업 수입사 신세계L&B가 2009년 5월 이마트를 통해 선보인 6900원짜리 G7 와인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공격적으로 와인 사업을 확장해 왔다. 기존 업장과 호텔 등이 주요 판매처였던 와인 판매의 주요 시장은 점차 대형마트 위주로 재편됐고, 최근에는 편의점 등 새로운 채널이 주목받고 있다.
추격에 나선 롯데는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변경하고, 1층에 국내 최대 규모 와인전문점인 ‘보틀벙커’를 선보였다. 제타플렉스 1층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보틀벙커는, 전체 매장 규모만 약 400평에 달한다. 일반적인 국가별 와인 분류에 더해 보틀벙커는 ‘배달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을 위한 와인’ 등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맞춤형’ 큐레이션도 진행한다.
특히 80여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탭(Tasting Tab)’을 운영해, 고급 빈티지부터 트렌디한 와인까지 시음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고객은 전용 팔찌에 금액을 충전 후, 기계에 팔찌를 접촉시켜 마시고 싶은 와인을 50㎖씩 시음할 수 있다.
롯데는 마트에 이어 편의점에도 전문점을 열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KT강남점’에 와인 전문 콘셉트샵 ‘와인스튜디오’를 오픈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점포는 지난 2014년 카페형 편의점 모델을 표방하면 복층으로 오픈했던 곳이다. 기존의 2층 다목적 휴게 공간이 이번에 ‘와인스튜디오’로 새롭게 리뉴얼됐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와인스튜디오는 약 30평 공간으로 꾸며졌으면 300종 이상의 와인 구색을 갖췄다. 와인 섹션도 ▲대륙별 ▲품종별 ▲화이트 ▲MD 추천 등 총 8개로 구분해 소비자들이 취향별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샴페인도 별도 섹션으로 운영, 20여종의 샴페인을 판매한다. 위스키·전통주 등도 스페셜 코너로 구성했으며, 함께 곁들이기 좋은 푸드페어링 상품(치즈·살라미)도 선보인다.
와인스튜디오는 와인의 전시 및 판매 외에도 와인소믈리에 자격을 갖춘 MD가 참여하는 임직원 및 경영주 교육장으로 활용되며, 유명 와인 유튜버와 함께하는 와인 홍보 영상 등 SNS 콘텐츠 촬영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KT강남점 와인스튜디오의 운영효율 및 판매추이를 지켜본 뒤 상권을 다양화해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분한 유휴공간이 확보되는 점포를 선정해 전체 면적의 30~50%를 와인스튜디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의 와인사업은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와인이 주력이다. 이외에도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조선호텔, 편의점 이마트24, 주류전문점 와인앤모어를 주요 유통 채널로 삼고 있다. 수입사 신세계L&B의 매출 그래프는 가파른 상승세다. 국내 수입사 1위 신세계L&B는 그룹 내부 채널 비중을 점차 줄여가며 업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이달 31일까지 ‘2021 호주 와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에서는 약 50여종의 호주 와인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특히 연말 홈술족 공략을 통해 올해 매출액 2000억원을 넘긴다는 목표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4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 증가한 바 있다.
한편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국내 와인 시장은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수입량은 5400만ℓ로 와인병(750㎖) 기준으로 약 7300만병에 해당하는 양이 국내에서 소비됐다.
올해도 와인 수입액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8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3억704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5% 증가했으며 지난해 전체 수입량을 뛰어넘은 상태다. 같은 기간 맥주 수입액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purp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