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전경우 기자 kwjun@segye.com
서울 이태원은 우리나라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지난해 참사의 아픔이 남아있지만 상인들은 다시 용기를 내고 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용산구, 서울관광재단 등공공기관도 상권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식여행 전문 회사 서울가스트로투어와 함께 이태원으로 미식여행을 떠났다. 네 시간 동안 식당 5곳과 함께 이태원 구석구석 골목을 둘러보는 투어다. 골목마다 서려 있는 이야기는 이태원을 더 깊이 있게 알게 해준다. ▲1세대 중동 음식점 '페트라', 베트남 쌀국수 맛집 '플러스 84' ▲튀르키예식 디저트 가게 '케르반베이커리&카페' ▲스페인식 술집 '이태원 타파스 바' ▲남아공 바비큐 전문점 '브라이 리퍼블릭'을 둘러보는 코스다. 강태안 서울 가스트로투어 대표는 “이태원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미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소개했다.

-전세계의 미식이 한 자리에

이태원 가스트로투어는 '녹사평 육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서울N타워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그 밑에 촘촘히 주택가를 이루는 해방촌과 경리단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육교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주요 장면에 등장해 인증샷 명소로 유명하다.

육교를 건너면 바로 나타나는 가게가 중동음식점 ‘페트라’’다. 페트라는 야설 가나엠 사장이 이태원에 둥지를 틀고 20년째 영업 중인 중동 음식점 1세대다. 페트라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한 나라로 특정하기보다 레반트지역(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음식을 망라한다. 팔라펠과 후무스 타볼리 샐러드, 피타빵, 닭고기·양고기 케밥과 커리 등을 맛볼 수 있다.

페트라에서 조금만 더 가면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단밤 포차’가 나온다. 현재는 다른 상호로 운영되고 있지만 주말이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찾아온 국내외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명소다.
큰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태원 시장이 나온다. ‘보세옷’ 전성시대에 북적이던 곳이다. 미로같이 연결된 골목을 지나면 ‘퀴논길’이 나온다. 2016년 용산구가 주월 한국군사령부가 있던 베트남 해안도시 ‘퀴논(꾸이년)’과 자매결연을 맺고 조성한 거리다. 도로 바닥에 베트남 국화인 연꽃 패턴이 있고, 조명기둥에도 베트남 전통문양을 새겨 넣었다. 퀴논거리 중앙에는 퀴논정원이 있다. 밤이면 화려한 베트남 식 연등이 분위기를 더한다.

퀴논길에는 베트남 음식점 ‘플러스84’가 있다. 베트남인 남매가 운영하는 쌀국수 가게다. 플러스84의 뜻은 베트남 국가번호인 ‘+84’에서 따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 베트남 출신이다. 생면을 사용한 쌀국수와 베트남식 바게뜨 샌드위치 반미가 유명하다.
퀴논길에서 뻗어나간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가면 앤틱가구거리가 나온다. 한국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이 귀국할 때 내놓은 가구들을 팔던 가게들이 모여 시작된 곳이다. 지금은 촬영, 인테리어 소품을 구하러 오는 이들이 많다.

이태원앤틱가구거리에서 이태원소방서를 지나면 대로변에 ‘케르반 베이커리&카페’가 나온다. 강렬한 단 맛의 튀르키예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다. 대표메뉴는 바클라바다. 얇은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겹겹으로 쌓아 구워낸 뒤, 설탕 시럽을 끼얹은 요리다. 이외에도 형형 색색 다양한 과자와 튀르키예식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를 판다.

다시 길을 건너 세계음식거리로 향한다. 이 거리의 터줏대감은 오후 2시부터 유일하게 운영하는 ‘타파스 바’다. 스페인 타파스의 대표 메뉴격인 감바스 알 아히요와 샹그리아를 즐길 수 있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로, 음료와 함께 이른 저녁 시간 간단히 요기를 하는 음식을 칭한다. 타파스 바를 운영하는 고병철 사장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 사장은 “코로나19가 이슈가 됐을 때는 전국 모든 상권이 다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태원만 힘들어서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며 “지난해 참사 이후 유가족과 협의해 추모를 하는 것과 동시에 생업인 상권을 살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인근 상권 분위기를 설명했다. 상인회는 이태원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남아공 식당인 '브라이 리퍼블릭'이다. 2011년 이태원에 처음 문을 연 이 식당에선 남아공식 바비큐를 전문으로 한다. 평택에 별도의 정육점을 보유하고 있어 남아공 바비큐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직접 정형한 양갈비와 스테이크 고기, 수제 소시지를 공급받아 요리에 사용한다. '아마룰라 치즈케이크'와 '페퍼민트 케이크' 등 디저트도 유명하다.
-이태원 주변 가볼만 한 곳
이태원은 관광특구다. 관광특구란 관광여건을 집중적으로 조성시키기 위해 관광진흥법 제1장 제2조 11에 의하여 지정된 지역을 뜻한다. 2021년 기준으로 13개 시도에 33개 관광특구가 지정돼 있다. 서울에 있는 6개 관광특구는 명동, 동대문 등 연간 50만 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K관광’의 핵심 요소다.
이태원 주변 투어는 남산을 중심으로 부채살 모양으로 뻗어가는 형태로 이루어 진다.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N서울타워를 둘러본 뒤 남산도서관에서 한남동 방향으로 계속 걷거나 해방촌오거리, 경리단길 방향으로 내려오면 이태원과 만난다.
해방촌은 해방촌오거리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루프탑 카페와 크고 작은 식당∙술집이 들어서면서 젊은 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낙조∙야경 감상 명소로도 이름 높다. 광복 후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와 한국전쟁의 피난민 등이 모여 살면서 해방촌이 형성됐다. 해방촌오거리에 있는 신흥시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시장 환경을 정비하고 공방, 패션, 스튜디오, 음식점, 카페 등이 입주하며 해방촌의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경리단길은 2010년대 초반부터 음식점과 카페 등이 생기면서 이태원의 명소로 거듭났다. 경리단길에서 만날 수 있는 트랜디한 분위기는 전국 각지에 ‘○○○단길’이라는 별칭을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남동은 전시와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뿐 아니라 리움미술관, 용산공예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위치해 이태원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용산공예관은 전통 공예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가족과 방문하기 좋다.
한편,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이태원 상권 살리기와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태원 치유, 회복, 화합 프로젝트 ‘녹사평역 음악회’가 5월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이어진다. 5월 11일∼14일에는 앤틱&빈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이태원 ‘별헤는 밤’ 행사도 6월 중 개최 예정이다.
‘2023 서울페스타’ 기간인 4월30일~5월7일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고, 9월에는 이태원 지역에서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인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서울미식주간이 열려 이태원 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