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금융진흥원이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실행한 자사 직원을 면직 처리하고, 재산상 이득 금액의 세 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고객 피해를 유발한 일탈 행위에 대해 회사 측이 후속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이재연 서금원장 등을 비롯한 서금원 측은 향후 금융사고 발생을 막을 구체적인 대책은 외부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금원 인사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제11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유 모씨(39)에 대한 징계 심의안을 상정하고 의결했다.
서금원 포항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소속이었던 유 씨는 지난 5월 소액생계비대출 및 근로자햇살론을 받았거나 문의했던 고객들의 서류를 조작해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관련기사: 본지 7월24일자 [단독] 서민금융진흥원 직원, 고객 정보 빼돌려 대출 받아)

인사위는 유 씨를 면직 처분했다. 유 씨가 무단결근 및 명의도용으로 확인 및 의심되는 대출업무 부당처리 등의 사유로 서금원 내규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인사위는 유 씨가 취득한 금전 또는 재산상 이득 금액이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최종 확정되면, 해당액의 세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계부가금으로 정하기로 의결했다.

사건 발생 약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서금원은 어떠한 내부통제 개선안을 마련했을까. 서금원은 직원의 일탈 행위 발생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안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금원 홍보실 관계자는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라 별도로 공개하긴 어렵다”면서 “저희가 개별 매체엔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보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종전 전략팀의 명칭을 리스크전략팀으로 변경하고 내부통제 규정을 새롭게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비한 내부통제 규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후 환골탈태를 선언한 우리은행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 은행은 지난달 내부통제만 전담하는 지점장급 인력을 별도로 선발해 영업점 현장에 배치하고, 전 임직원으로 하여금 내부통제 업무를 경험케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놨다. 내부자 신고제를 외부채널로 확대하고 내부 신고에 대한 포상금 규모도 20억원까지 늘렸다.
서금원의 기관장인 이재연 원장은 허술한 내부통제에 대해 그다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계비즈가 수차례 이재연 서금원장에게 통화와 문자를 통해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방안을 물었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추가 문의 사항은 홍보실을 통해 해달라”고만 답했다. 서금원은 지난 3월 소액생계비대출 취급을 계기로 직접 대출까지 실행하게 되며 서민금융 기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 원장의 답변은 서금원의 기관장으로서 책임 의식이 부족한 태도라는 지적이 국회와 금융당국에서도 나온다.
국회에서도 서금원의 느슨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나섰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서금원의 내부통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주기적으로 감사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필요 시 이들 기관을 국회가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 명의도용 등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건 CEO가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