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세부과의 제척기간 과세…절차적 하자 살펴야

경기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윤희선 씨는 작년 4월 본인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본인이 2017년 양도하고, 양도소득세 1가구 1주택을 적용하여 신고한 양도소득세가 잘못되었으니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전화였다.

 

윤 씨는 정말로 황당하기 이를 때 없었다. 이미 6년이나 지난 일이어서 본인은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사실마저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무서에서 연락이 오더니, 세금을, 그것도 한두푼도 아니고 억 단위로 내라는 말에 윤 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 한 걸까? 세법에는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국가와 납세자 간의 조세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시켜서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세목과 신고 여부, 부정행위 여부에 따라 그 기간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납세의무가 확정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게 되면 국가가 기존에 신고되거나 부과된 세금에 대하여 추가적인 과세권을 가지지 못하고, 납세자의 납세의무가 소멸하게 됨을 말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형법에서 얘기하는 공소시효와 비교를 하면 유사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 씨의 경우 2017년 양도한 양도소득세의 납부기한은 2018년 5월 말일 까지 였다. 2018년 신고 후 세무서에서 윤 씨에게 아무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윤 씨는 신고가 적정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국세부과 제척기간을 한 달 앞둔 2023년 4월 관할 세무서는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한 달 뒤인 5월 납세고지서를 발송하였다.

 

국세행정을 집행하는 세무공무원들은 여러 이유로 이렇게 신고 당시에 신고의 적정성 유무를 판단하지 못하고 묵혀 두었던 신고를 제척기간을 앞두고 과세하는 경우가 실무상 종종 있다.

 

이에 윤 씨는 관할 세무서에 이의신청을 하여 당시 본인이 신고한 1가구 1주택 비과세는 적정하다고 항변을 하였지만 이의 신청결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윤 씨는 필자를 찾아와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필자는 1가구 1주택 비과세의 적정성을 다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을 한달여 앞두고 과세한 처분의 절차적 하자에 집중했다.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그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다는 점을 쟁점으로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구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과세관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인하여 납세자의 권리가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 세법에서는 행정소송 전에 납세자가 취할 수 있는 권리구제제도를 두고 있다. 

 

우선 임의적 절차로서 과세관청에서 다투는 이의신청을 두고 있고, 이의신청에서 납세자가 질 경우 다음 세 가지 중 한 군데를 선택하여 불복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이다. 필자와 윤 씨는 이중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이런 사후적인 납세자권리구제제도 외에 과세예고통지 있었던 뒤, 과세관청이 납세고지서를 발송하기 전에 사전적으로 이 과세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과세전적부심사라는 사전적 구제제도 또한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세법은 납세자가 과세관청으로부터 받은 위법 부당한 처분에 대해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본 사건에서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을 한 달 앞두고 급작스럽게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바람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사실에 집중했다. 대법원과 조세심판원은 이러한 납세자의 권리구제절차를 생략하게 되는 사안에 중대한 이유가 없다면 그 과세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들어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례를 생산해 왔다.

 

아직 이 사건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사건이 납세자 입장에서 판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무서, 국세청으로부터 억울한 과세가 있다면 그 사실관계도 중요하지만 절차상의 하자를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방준영 세무회계 여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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