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위축된 심리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뉴스심리지수는 83.19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일인 3일(92.82)보다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2022년 12월 9일(82.55)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뉴스심리지수는 언론사 경제 기사에서 문장을 무작위로 매일 1만개씩 임의 추출한 뒤 긍정·부정 등의 감성으로 분류해 문장 개수에 따라 작성하는 지수다. 지수가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기사에 반영된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인 것을 뜻한다. 한은은 뉴스심리지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보다 1개월, 주요 실물 경제 지표보다 1~2개월 가까이 선행하는 것으로 본다.
뉴스심리지수는 올 하반기 들어 100 내외를 유지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낮추는 경기 부양에 나선 것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계 및 기업들의 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도 비관적으로 변화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4일까지 92.97을 유지했지만 5일은 87.82로 5.15포인트나 급락했다. 야권의 주도로 발의된 탄핵소추안의 표결이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뉴스심리지수는 더욱 하락세를 그렸다.
과거 탄핵 정국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 11월에도 뉴스심리지수는 떨어졌다. 2016년 11월 29일에는 85.66까지 하락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을 기점으로 뉴스심리지수는 점차 회복세를 그렸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5월 뉴스심리지수는 116.12를 기록하는 등 기대감을 반영했다.
부정적인 소식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하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상국 통계조사팀장은 “뉴스와 소비심리는 상관계수가 높게 나오는 편”이라며 “지금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아무래도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데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