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했다. 베트남 생산을 통해 스마트폰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도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 관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언급한 만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2일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했다. 제외 대상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 애플, 델, 엔비디아, TSMC 등이 혜택을 보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상호 관세 여파로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들여오는 미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체감도가 높아지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40~50% 정도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데, 베트남의 상호관세율은 46%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베트남을 포함한 나라들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해 삼성전자로서는 당분간 전혀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애플도 아이폰 90%, 아이패드 80%, 맥 컴퓨터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만약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145%의 관세를 물릴 경우 소비자 가격이 2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는 125%, 그 외 국가에는 10%의 상호관세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별개로 펜타닐(좀비마약)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10%+10% 관세도 부과한 상태다. 이 10%+10% 관세의 경우 뉴욕타임스(NYT)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하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대한 관세 유예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조만간 다른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 경우에도 대중국 125% 상호관세보다는 관세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을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월요일(15일)에 답을 주겠다.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백악관은 12일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은 반도체나 스마트폰, 노트북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을 생산하는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은 특정한 (다른)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긴급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활용해 철강 및 자동차에 각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관세에 대해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며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