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파월 때리기’에 급락한 美 증시…인도·브라질 증시는 선방 대조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NYSE) 화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자막으로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미국 증시가 한 달 새 10% 안팎 급락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금리 압박을 종용하는 걸 두고 중앙은행의 독립성마저 위협받는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안감마저 느낀다.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인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증시는 꿋꿋히 버티고 있어 이목을 끈다.

 

 22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1.82포인트(-2.48%) 하락한 3만8170.4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50포인트(-2.36%) 내린 5158.20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5.55포인트(-2.55%) 내린 1만5870.9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미국 S&P500은 2월부터 이달 18일 사이 11.3%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6.5%), 유럽 스톡600(-9.1%), 영국 FTSE100(-6.1%)도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상대로 연일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면서 사퇴 압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이자, 중대 실패자(a major lose)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며 파월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했다.

 

 뉴욕증시의 부진과는 반대로 일부 신흥국 증시는 선방하고 있다. 인도 증시가 대표적이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2월부터 이달 18일까지 7.3% 올랐다. 인도의 내수 중심 경제 구조가 방어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인도가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거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을 6.5%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성장률(3.2%)을 크게 웃돈다.

 

 브라질 증시도 올 들어 강한 상승세를 띤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최근 5.6% 올랐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8% 안팎에 이른다. 글로벌 무역전쟁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거라는 기대심리 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곡물, 소고기, 면화, 닭고기 등 브라질의 원자재 공급업체들은 중국의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미국 농산물 생산업체에 대한 관세 부과로 보복함에 따라 중국은 이미 브라질산 대두를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은 관계자는 “인도 등이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다각화 수혜 가능성과 브라질의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겹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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