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책정한 상호관세의 유예기간 만료(미국 시간 8일)를 앞두고 베트남과 관세율 인하와 시장 개방을 맞바꾸는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 후 베트남과 막 무역 합의를 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이는 우리 두 나라가 협력하는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베트남은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교역량 기준으로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미국에 안긴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미국 영토로 들어오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했는데, 양국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를 20%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베트남은 미국에 그들의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베트남에 무관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환적 상품에 대한 40% 관세는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비관세 장벽 문제도 다루기로 했으며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과 불특정 공산품에 대해 우선적 시장 접근권을 미국에 제공키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 공동성명 초안에는 베트남이 미국 기업 보잉의 항공기 50대를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과, 미국 농산물 29억 달러(약 3조9천억원) 상당을 구입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인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날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 경제로 조속히 인정하고 특정 첨단기술 제품의 베트남 수출 제한을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이 전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국가로는 첫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 주목된다. 미국과 베트남의 합의 내용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협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현재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앞두고 비관세 장벽 등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과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9.41포인트(0.47%) 오른 6227.42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30일의 고점 기록을 다시 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90.24포인트(0.94%) 오른 2만393.13에 마감하며 종전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52포인트(-0.02%) 내린 4만4484.42에 마감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