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부처장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8월 1일을 앞두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중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측 인사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5∼26일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차례 협상을 했다. 25일에는 워싱턴DC에서 만났고, 26일에는 그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이후 이들은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난다는 것을 파악한 뒤 급히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코앞에 닥친 만큼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미-EU 정상회담을 가진 뒤 무역합의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회담이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미국 측 대표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나섰고 러트닉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백악관 공동기자단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애버딘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객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미뤄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워싱턴DC로 귀국길에 올랐을 가능성이 커 보이며, 김 장관과 여 본부장도 귀국하지 않고 스코틀랜드에서 다시 워싱턴DC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다니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8월 1일 이전에 한미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인 오는 31일 각각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협상 상대를 만나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끝나기 전까지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를 최대한 많이 만나 양측 간 이견을 절충하는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상호관세 15%에 합의했고 각각 55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했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협상에 고삐를 바싹 죄고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