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기대출 연체율 9년만에 최고…美 관세로 하반기도 어려워

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시된 월세 매물 정보. 뉴시스

 

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며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0.5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0.49%)보다 0.01%포인트, 지난해 2분기(0.39%)보다 0.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4대 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 평균은 2022년 2분기 0.20%로 떨어졌다가 2023년 0.3%대, 2024년 0.4%대를 넘어 올해 12분기 말 0.5%까지 올랐다.

 

4대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 중기대출이 0.59%로 팩트북 자료가 있는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하나은행은 0.54%로 2017년 1분기(0.69%) 이후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 분기보다는 연체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1분기 수치가 국민은행은 2016년 2분기(0.50%) 이후, 신한은행은 2017년 2분기(0.52%) 이후 최고치였다.

 

중소기업 특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2분기 말 기업(중소기업) 연체율이 0.93%로 전 분기(0.92%)와 지난해 2분기(0.78%)보다 각각 0.01%포인트,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11년 3분기 0.99%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국내은행 전체 기준으로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5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5%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업종별로는 건설 경기 부진에 따라 건설업 연체율이 상승세다.

 

국민은행(1.04%→1.12%)과 신한은행(0.64%→0.88%), 우리은행(0.57%→0.72%)은 전 분기보다 건설업 연체율이 상승했다.

 

도소매업 연체율도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0.61%→0.82%)과 하나은행(0.43%→0.63%)에서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수출업종과 도소매 등 경기민감업종, 건설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은 내수 회복의 지연과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한 데 따른 것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관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연체율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동권 신한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모든 업권 건전성이 악화 추세를 보였다”며 “실물시장, 성장률, 국내 정세 등을 고려하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경 집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금리인하 효과 등이 어우러진다면 하반기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관세나 가계부채 강화 조치 등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강재신 하나금융 CRO도 “연체율이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어느 정도 추세는 꺾이지 않고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선제적인 위험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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