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부터 AI 의료기기까지… K바이오, 실크로드 건너 ‘중동 공략’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에 진출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제품 사진. 대웅제약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실크로드를 건너고 있다. 주요 중동 국가들이 의료 등 서비스 산업 확장에 나서자 현지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간 석유 수출에 의존한 중동 국가들은 최근 성장 분야 다각화를 노리며 특히 의료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업체의 중동 진출에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과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우선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기업 휴젤은 보툴렉스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시를 위한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휴젤은 2023년 현지 유통회사인 메디카그룹을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인 쿠웨이트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출시했고 이제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 공략을 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 최초로 UAE 두바이에 보톨리눔 톡신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 테콤그룹 산하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톡신 제제 생산 시설 설립에 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최종 계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23년 사우디 진출로 중동 공략을 시작한 바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UAE, 튀르키예,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에 진출한 상태로 향후 바레인, 오만 등 GCC 국가 전체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나보타 수출액은 2022년 중동 진출 기점으로 2023년(1141억원), 2024년(156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983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세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한 티엠버스주. 종근당 제공

 

 종근당바이오의 티엠버스주는 올해 5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세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종근당바이오 측은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이슬람 시장이 매우 크다며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AI 기업들도 중동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뷰노는 지난달 이집트 헬스케어 전문 기업과 중동 4개국(이집트∙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내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 판매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중동 인허가 등록 작업에 착수했다.

 

 루닛은 지난 6월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 하지(Hajj) 성지순례의 공식 의료 파트너로서 AI 기반 의료 검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을 공급해 결핵, 폐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감염성 호흡기 질환의 신속 검진과 적시 치료를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탈석유에 나서는 중동 국가들이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환자 유치를 위해 AI 등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상황이라 국내 기업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중동 및 아프리카 제약 시장 규모가 2030년 424억달러(61조원)로 연평균 6.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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