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통 관료 출신의 금융위원장과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실세 금감원장을 동시에 지명하면서 새 정부의 ‘금융팀’이 본격적인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생산적 금융 전환·포용금융 확대·자본시장 활성화 등 중요 국정 과제 실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과장, 물가정책과장, 인력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서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당분간 미뤄진 만큼 현 조직 체제에서 안정감 있게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해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예산실장·기획재정부 제2차관·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인물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지냈으며,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집행할 인사로 평가된다. 다만 이 원장은 금융 관련 실무적인 경험이 없기때문에 금융위가 정책의 키를 잡아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춘 정책을 짜고 금감원은 감독 및 소비자 보호 업무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인선으로 현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통령실은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며 일축한 상황이다.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두 수장은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임무를 갖게 된다.
우선 두 수장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향후 5년간 금융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자금의 생산적 전환’으로 압축된다. 부동산 대출 총량 관리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을 통해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유동성을 첨단산업·벤처·창업 등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50조원을 출자하고 민간 자본을 더해 총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는 불공정거래 엄단을 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투자 환경 신뢰 제고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그간 입법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도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추진력을 받게 됐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가상자산 시장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장 드라이브와 함께 사회적 포용을 위한 정책도 균형감 있게 추진된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과도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최저 15%→25% 검토)하는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 이동을 유도한다.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파격적인 빚 탕감 정책을 시행한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를 전액 감면해주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기준을 완화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다. ‘청년도약계좌’를 대체할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도 지원한다.
이 후보자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서민 소상공인 등 금융 약자의 포용금융 강화,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 새 정부의 금융 국정과제를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수 있도록 속도감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시장 발전과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원팀 정신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이 금감원장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