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석유화학업계, 매출 중 원가가 99%

-2021년 이후 매년 급등세… HD현대케미칼 107%
-“원재료·전기요금 동반상승 영향, 정부 지원 절실"

석유화학 업계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의 전경. 울산시 제공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해 수익성이 사실상 소멸 수준으로 나타났다.

 

2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구조재편 협약을 맺은 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8.6%였다. 구조재편 협약사 10곳 중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DL케미칼은 제외됐다.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전년 평균인 94.7%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은 기업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기업으로선 이익을 내기 힘들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관비를 제외한 개념이어서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했다는 것은 사실상 기업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 모두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총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이 넘었다.업체별로는 HD현대케미칼의 매출원가율이 10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 103.7%, SK지오센트릭 101.0%, 대한유화 100.5% 등 순이었다.

 

이는 석화업계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가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 크다. 업계에서는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톤당 300달러로 보고 있으나, 올해 2분기에는 22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원재료인 납사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 및 중동의 증산에 따른 판매가 하락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전기요금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요금은 원가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력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2023년 11월, 2024년 10월 두 차례 인상한 바 있다. 고압A 기준 산업용 전기료는 2022년 1분기 105.5원/kWh에서 지난해 4분기 174.0원/kWh로 64.9% 올랐다. 이에 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요청했으나, 이번 정부의 구조재편안에는 이를 비롯한 보편적 지원안이 제외됐다.

 

업계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조재편의 원활한 추진과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자구노력 후정부지원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업계도 뼈를 깎는 각오로 구조재편에 동참할 것”이라며 “다만 한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등이 병행돼야 이 같은 노력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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