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국행 전용기에서 깜짝 간담회… “트럼프 책에서 협상법 체크”

-워싱턴 향하며 50분간 진행… “이시바 카레맛은 비공개”
-“북한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 건너야할 넓고 깊은 강”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5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약 50분간 취재진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며 이튿날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좌에 앞서 한미 간 주요 현안을 차례로 훑어봤다.

 

취재진의 질문 역시 한미정상회담에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자신이 펴낸 책인) ‘거래의 기술’에 다써놨더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독특한 협상 전략을 담은 1987년작 베스트셀러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그리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그 얘기를 왜 꺼냈는지 어떻게 다 얘기를 하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며 평소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간담회 주제는 자연스럽게 23일 있었던 한일정상회담의 뒷얘기나 정부의 대북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만찬에서 나온 이른바 이시바식 카레의 맛이 어땠느냐고 묻자 “맛은 비공개하기로 하겠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번 드셔보시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시바식 카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과거 방송에서 조리법을 소개해 화제가 된 요리로, 23일 도쿄 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과의 만찬에서 안동 찜닭 등과 함께 메뉴에 올랐다.

 

북한이 정부의 유화책에도 최근 거친 논평을 내놓는 것에는 “(북한을) 자연의 일부처럼 (생각한다)”며 “왜 이 강이 넓고 깊냐고 원망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우리는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거론했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가벼운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숨쉬기 운동이나, 숟가락 역기 운동 같은 것을 잘하고 있다”고 농을 던지며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가끔 이빨이 흔들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제가 그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즐겁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간담회가 길어지며 일부 참모가 만류하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은 “계속하세요. 어차피 (비행 시간이) 12시간인데, 아직 잠도 잘 안 오지 않나”라며 기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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