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통적인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비중은 줄어든 대신 금∙귀금속 등 실물자산이나 가상화폐와 같은 대체투자처가 새로운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5 한국 부자보고서 등에 따르면 먼저 한국 부자들의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자산은 거주 또는 투자 목적의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을 비롯해 빌딩∙상가, 토지∙임야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012년 약 60%에 달했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이후 50%대 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2021년 59%까지 비중이 증가했으나 2022년부터 다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해 올해의 경우, 총자산의 약 54.8%가 부동산이었다.
현금 및 예적금∙보험∙채권∙주식∙펀드 등을 아우르는 금융자산의 비중은 2015∼2018년 총자산의 40% 초반대까지 높아졌으나, 2019년 이후부터는 30%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그 비중이 37.1%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및 금융 자산의 파이가 줄어들자, 그 자리를 기타자산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최근 금·보석, 자동차∙요트, 예술품 등 실물자산이나 코인 등 디지털자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부자들이 부를 이룬 원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부의 원천 1순위가 부동산 투자에서 얻은 이익에서 사업소득으로 무게추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아울러 근로소득, 금융투자에 따른 이익으로 부를 늘린 경우는 증가한 반면, 상속이나 증여의 경우는 줄었다.
그럼 한국 부자들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자산관리를 해왔을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금융투자와 금·예술품 등 실물투자, 디지털자산 등의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자산관리 상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11년 조사에서는 부동산투자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응답자가 42.2%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14.8%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금, 예술품 등의 실물투자는 2011년 2.0%에서 올해 15.5%로 8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편, 부자들의 금융업권별 자산 예치 비중은 은행, 증권, 보험 순으로 지난 15년간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금융권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하는 부자는 2015년 81.3%에서 올해 35.8%로, 10년만에 45.5%포인트나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 디지털 플랫폼 보급, 생성형AI 기반 자산관리를 통한 개인화·맞춤화 서비스 확산 등 주체적인 자산관리 방식이 대중화되는 현상과 맥이 닿아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