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대상으로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여온 극우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전국 각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천으로 가리는 방식의 시위를 진행한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등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김 대표는 시위 배경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 여성이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함께 등장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신원 확인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단체는 평화의 소녀상 앞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자택 인근을 찾아가 SNS ‘챌린지’ 형식의 시위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만 이 같은 시위가 100차례 이상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4월에는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는 국제 사기다. 위안부들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다고 거짓말한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양산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 시위를 예고했다가 경찰로부터 제한 통고를 받았고, 11월에는 서울 성동구와 서초구에서 계획된 시위가 경찰의 금지 통고로 무산됐다.
다만 평화의 소녀상 훼손 행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명예훼손죄는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해야 성립하는 범죄로, 동상 자체에 대한 행위만으로는 적용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행 ‘위안부피해자법’에도 명예훼손이나 역사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소녀상 등 상징물을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대표 발의했으나, 유사한 취지의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주연 온라인 기자 ded06040@segye.com
한편 김 대표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의 소녀상에 ‘위안부 실상 왜곡 날조한 흉물 철거’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부착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같은 해 법원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법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