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그들만의 이너서클] JP모건·BNP는 막는데…왜 한국 금융지주는 못 막나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과 권력 집중 구조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회장 한 명에게 인사권과 전략 수립, 후계 구상까지 권한이 집중된 구조 속에서 퇴임 이후에도 그룹 영향력 아래에 머무르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이너서클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미국 JP모건체이스나 모건스탠리, 프랑스 BNP파리바 등은 최고경영자(CEO)가 10년 이상 장기 재임하더라도 이사회 중심의 견제 장치와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된 장기집권’을 제도화하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논란은 재임 중 권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퇴임 이후 행보에서도 두드러졌다. 국내 전직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기 종료 후 그룹 산하 연구소나 재단, 비상근 고문직 등을 맡으며 사실상 그룹 울타리 안에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퇴임 직후 우리금융연구소 고문으로 위촉됐으나 라임펀드 사태 책임론 등 여론이 악화되자 자진 사임한 바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퇴임 이후에도 KB금융지주 상임고문직을 유지하며 경영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퇴임 후 자회사인 하나금융연구소 고문을 맡았다.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과 지주 핵심 임원들의 이동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주사나 은행에서 전략·재무를 담당하던 인사들이 퇴임 전후로 계열사 대표직을 거쳐 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동현 전 신한벤처투자 대표는 신한금융이 전신인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2020년 당시, 기존 벤처투자 조직에서 근무해 온 인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는 지주가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에 관여하는 사례로 꼽힌다. 또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박지우 전 KB캐피탈 대표, 하나금융지주 부행장(전략총괄, CSO) 출신인 안선종 전 하나벤처스 대표 등이 이동한 경우로 꼽힌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문 투자 영역이 지주 출신 인사의 ‘퇴임 전 정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미국 JP모건체이스나 모건스탠리 등은 CEO가 10년 이상 장기 재임하더라도 이사회 중심의 견제 장치와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된 장기집권’을 제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장수 CEO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은 2006년 취임 후 약 20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권한은 이사회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다. JP모건 이사회는 매년 승계 계획을 공식 점검해 공시하며, 다니엘 핀토 부회장 등 유력 후보군을 시장에 공개해 ‘깜깜이 인사’를 차단한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역시 14년간 회사를 이끈 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직접 용퇴를 선언했다. 그는 후임 테드 픽에게 CEO 자리를 넘긴 뒤 일정 기간 의장직을 맡아 질서 있는 승계를 마무리하고 완전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러한 관행에 대해 실무적인 관점에서의 옹호론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를 단순한 ‘자리 보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그룹 CEO는 기업의 핵심 기밀과 방대한 노하우를 장기간 독점한 인물”이라며 “퇴임 후 1~2년간 고문직을 부여하는 것은 현업 정보로부터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가드닝 리브(재취업 유보 휴가)’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보의 가치가 희석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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