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병오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의 안녕을 기원하는 한편, 최근 정부에서 논의된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
사단법인 한국종교협의회(회장 홍윤종, 이하 종협)와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이하 KCLC)는 15일 종협 세미나실에서 ‘2026 한국종교협의회 신년하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각 종단 지도자 60여명이 참석해 새해 덕담을 나누고, 지난 12일 청와대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언급된 특정 종교 탄압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조건 없는 기본권”
발표된 KCLC 성명서의 핵심은 ‘종교의 자유와 법치주의 원칙 준수’다. KCLC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조건 없는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며, 국가나 다수의 판단에 의해 특정 종단의 권리가 박탈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정부 측에서 언급된 ‘해산’이나 ‘자산 조치’와 같은 표현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정 신앙에 대한 ‘포괄적 낙인’ 경고”
종협 역시 특정 신앙을 ‘사이비’나 ‘이단’으로 규정하여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증폭시키는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종교를 빙자한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법 위반 시 책임은 개별 행위자에게 물어야 하며 단체 전체를 처벌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오늘의 논리가 내일은 다른 신앙공동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종협과 KCLC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특정 신앙을 전제로 한 일반화와 낙인찍기를 자제하고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을 펼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60여명의 지도자, 합심기도로 병오년 출발”
이번 신년하례회는 단순한 입장 발표를 넘어, 종단 간 화합을 다지는 장으로 꾸며졌다. 각 종단 대표자들이 대한민국의 안녕과 종교 자유를 위한 합심기도로 시작된 신년하례회는 홍윤종 종협 회장의 새해 인사, 축시, 축사, 종교지도자들의 덕담 그리고 모든 참석자가 함께하는 화합 윷놀이와 오찬의 순으로 진행되며 종교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홍윤종 회장은 새해 인사를 통해 “시련 속에서도 종교의 벽을 허무는 ‘종교교회’ 설립과 ‘한민족 선민 교육’을 통한 민족적 사명 고취를 선언하며, 기도로 연대하는 실천적 종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egye.com
다음은 발표한 입장문 전문.
<청와대 종교지도자 간담회 관련 입장문>
“종교의 자유와 법치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
지난 1월 12일, 청와대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특정 종단을 거론하며 ‘엄단’, ‘해산’, ‘자산’ 등의 조치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를 빙자한 범죄와 피해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으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단체의 존립 문제까지 공론장에서 성급히 단정하는 방식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법치주의, 적법절차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묻습니다.
첫째, 종교의 본질인 ‘다름의 인정’과 ‘포용’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진정한 사회 통합은 서로 다른 신념의 공존을 인정할 때 시작됩니다. 특정 신앙을 둘러싼 논의가 사실 확인 이전에 포괄적 낙인이나 배척으로 흐를 경우, 갈등과 혐오를 증폭시킬 우려가 큽니다.
둘째, 공적 담론에서 타 신앙을 포괄 규정하는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어떤 종단이든 공적 영향력을 갖는 만큼, 타 종교·신앙을 ‘사이비’ ‘이단’ 등으로 단정하는 방식은 사회적 분열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낙인이 아니라, 사실 확인과 책임 규명, 그리고 회복 장치의 강화입니다.
셋째, 수사·재판 중인 사안이 정치적·사회적 갈등의 도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법을 위반한 행위가 있다면, 책임은 해당 개인과 행위에 귀속되어야 하며, 국가와 공적 권한은 적법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단체 전체를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접근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음을 경계합니다.
<우리의 요구>
정부와 공적 담론의 장은 특정 신앙을 전제로 한 일반화·낙인 표현을 자제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 적법절차 아래 동등하게 보호되도록 해 주십시오. 피해자 보호와 책임 규명은 강화하되, 그 방식이 헌법적 권리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을 촉구합니다. 오늘의 논리가 내일 다른 신앙공동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26년 1월 15일
한국종교협의회 회원 일동, 대한민국과 종교를 사랑하는 시민 일동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KCLC) 성명서>
“종교의 자유는 다수의 승인으로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조건 없는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특정 종단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니며, 국가나 다수의 판단에 따라 유지되거나 박탈될 수 있는 권리도 아닙니다.
최근 공적 자리에서 특정 종교단체를 거론하며 “해산”, “자산 활용”, “국민도 동의할 것”과 같은 표현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KCLC는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종교를 빙자한 범죄와 피해의 호소가 있다면, 그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해결 방식은 포괄적 낙인이나 선결론이 아니라, 사실 확인과 적법절차, 그리고 책임 규명과 피해 회복 장치의 강화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을 위반한 행위가 있다면 그 책임은 오직 해당 개인과 해당 범죄 행위에 귀속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특정 종교를 가치 판단의 대상으로 삼거나, 단체 전체를 집단적 처벌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접근은 신중해야 하며,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과도 충돌할 소지가 큽니다.
만약 ‘문제가 있는 일부 종교인’의 존재만으로 ‘그 종교의 해체’까지 논의하는 논리가 쉽게 정당화된다면, 오늘은 소수 종교가, 내일은 주류 종교가 국가 권력과 여론의 판단 대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국민의 마음의 평안은 자유의 축소가 아니라 자유의 보장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종교의 자유가 훼손되는 사회에서 어떤 통합도, 어떤 평안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KCLC는 정부와 공적 권한을 가진 모든 주체가 헌법이 정한 기본권 보호 원칙과 적법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요청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허락의 대상이 아니라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될 헌법적 권리이며, 이는 모든 종교와 모든 신앙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2026년 1월 15일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KCLC) 공동의장 서진우 및 회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