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수급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매수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 등 제도 개선에 힘입어 자금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를 상회하게 된 국민연금은 ‘기계적 매도’ 조치 가능성이 제기되며 향후 증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31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일(3조126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 ‘사자’세다. 4월 한달간 4조4000억원을 쓸어 담은 외국인은 5월 첫 거래일부터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가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 상향이 지속되고 있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상위 매수 종목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반도체 및 전력 관련 대형주가 대거 포진했다. 특히 4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1조6117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렸다. 이 같은 집중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기업 중 두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 SK하이닉스, TIGER MSCI Korea TR, 현대로템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뒷받침했다.
시장에선 ‘외국인 통합계좌’에 대한 규제 완화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개설하는 번거로움 없이 해외 금융투자업자 명의의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가 극대화돼 국내 주식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도체 업종 중심의 이익 성장을 기반으로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도 올해 초부터 이어진 역대급 장세에 힘입어 1분기에만 국내 주식 평가액을 78조5507억원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성전자(지분율 7.75%)와 SK하이닉스(7.5%)의 주가 폭등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수익 달성과 동시에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재조정해야 하는 기술적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5%로, 지난해 말(18.1%) 대비 두달만에 6.4%포인트 높아지며 운영 가이드라인(19.9%)을 넘어섰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긴급 기금운용위원회를 소집해 매도 유예 조치를 단행하며 시장의 하방 압력을 최소화했으나, 지수 급등이 이어지며 비중 노출도가 빠르게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원칙대로 기계적 매도가 시작될 경우 시장에 쏟아질 잠재적 매물은 약 8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이달 열릴 ‘2026년 제4차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회의에서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도 유예 조치 연장이나 비중 이탈 허용 범위 조정 등 구체적인 수급 관리 대책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