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목적기반차량(PBV)인 PV5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데 이어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기아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PV5 출시 행사를 열고 현지 계약을 시작했다. 올해 일본 판매 목표는 1000대다.
PV5는 국내에서 초기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1만6405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판매는 8086대, 해외 판매는 8319대였다. 국내 1~4월 누적 판매도 1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용·업무용 전기차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V5는 일반 승용 전기차와 성격이 다르다. 전용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승객용, 화물용, 특장용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도심 배송, 법인 업무용, 셔틀 서비스 등 특정 목적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전기 상용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
일본 시장은 난도가 높다. 일본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국 브랜드가 미니밴과 박스형 차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도요타 시엔타, 알파드, 노아, 복시와 혼다 프리드, 닛산 세레나 등은 일본 내 가족용·업무용 차량 수요를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실내 공간, 승하차 편의성, 내구성, 정비망에 대한 소비자 기준도 높다.
기아가 일본에서 먼저 겨냥하는 시장은 일반 승용 미니밴이 아니라 전기 상용밴이다. 승용 미니밴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물류업체, 법인 고객, 개인 배송사업자 등 B2B 수요를 우선 공략하는 방식이다. 일본 내 전기 상용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아 입장에서는 기존 미니밴 시장보다 진입 여지가 큰 영역이다.
현지 유통과 정비망 확보도 관건이다. 일본 소비자는 차량 성능뿐 아니라 사후관리 체계를 중시한다. 기아는 일본 종합상사 소지쓰와 협력해 판매·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다. 초기 판매 목표가 1000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 대량 판매보다는 시장 검증과 법인 고객 확보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PV5의 경쟁력은 공간 활용성과 전동화 기반 운영비 절감에 있다. 물류업체 입장에서는 도심 배송 효율, 충전 인프라 접근성, 유지비, 탄소배출 규제 대응이 주요 변수다. PV5가 국내에서 확인한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일본 법인 고객에게 입증할 수 있다면 초기 안착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상용차 구매에서는 정비 편의성과 잔존가치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 상용차 대응을 강화할 경우 경쟁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PV5의 일본 성패는 판매 초기 물량보다 법인 고객의 반복 구매 여부에 달려 있다. 국내 판매 호조는 긍정적인 출발점이지만, 일본 시장은 별개의 시험대다. 기아가 미니밴 강국 일본에서 전기 상용밴이라는 틈새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