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정부의 책임 있는 보상과 피해 회복을 요구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북 산불 공동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안동·영양·영덕·의성·청송 등 5개 지역 주민 2110명이 경상북도와 안동시 등 6개 지자체를 상대로 1인당 1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산불 진화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지휘체계 혼선, 헬기 운영 문제 등 대응 과정의 위법성을 따질 계획이다. 아울러 최초 발화자 2명에게도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번 산불을 산림 관리 부실과 초기 대응 실패, 지휘체계 혼선 등이 빚은 인재로 규정하고 국가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해 봄 경북 땅을 집어삼킨 초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며 “명백한 국가 과실의 인재로 31명의 이웃이 목숨을 잃었고 187명이 다쳤으며, 3300여명의 주민이 평생을 일군 집과 일터를 하루아침에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3600명의 이재민은 아직도 임시 주택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주에 닥친 호우로 중차적 피해를 봤다”며 “모든 산불 초기 진화의 책임을 분명히 밝혀서 원인을 규명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산불특별법’ 시행령 및 가이드라인이 피해주민을 시혜성 지원금 수혜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정항우 공동위원장은 “전소된 집 한 채를 다시 짓는데 수억원이 드는 세상에서 3000만원 남짓한 지원금을 주며 생색냈다”며 “기만적인 시행령을 폐기하고 피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현실적 배상 기준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또 산불특별법에 대해 “민간 자본 유치와 각종 규제 완화, 골프장·리조트 개발 특례 조항들로 도배돼 있다”며 “피해주민 복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지자본과 기업 배만 불린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예산을 편법으로 집행하고 산불 발생 원인 규명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정부의 공식 사과 ▲정당한 배상 체계 마련 ▲법원의 엄중 판결 ▲국회의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며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한재훈 온라인 기자 jh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