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핵심점포 67곳이 재개장한 뒤로 약 2주가 흘렀다. 회생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25일 낮 홈플러스 강서점은 재개장 당일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달리 차분함이 감돌았다. 주로 신선·육류 코너에서 찬거리를 구입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았고, 여전히 빈 매대도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중년 남성 방문객은 “재개장 이후에 처음 찾았는데 예전에 비하면 썰렁하다”면서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홈플러스로 왔다”고 말했다. 그의 장바구니엔 돼지고기와 쌈채소가 담겨 있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내달 4일 회생계획안 인가를 앞두고 공익채권자들에게 채권 분할상환에 대한 동의를 요청했다. 퇴직금과 임금도 공익채권에 포함되는 만큼 전∙현직 직원들에게도 지연 지급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원 동의율은 75%를 넘어섰다.
공익채권자 동의율은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짓는 지표 중 하나다. 공익채권자 동의율이 낮으면 회생법원은 자금부담으로 인해 수행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회생절차는 종료되고 파산절차가 진행된다. 공익채권은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해 보호되는 채권으로 협력업체 물품 대금과 직원 임금, 세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홈플러스 상거래 공익채권단 협의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상거래 공익채권은 5월 말 기준 7939억원으로 회생절차 개시 당시 3288억원의 2배를 넘어선 상태다. 전체 공익채권은 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협의회는 구체적인 상거래 공익채권 변제 계획을 회생계획안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조달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으로 일부 업체에 선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기존 미수금이 줄고 있지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의견서에 담았다.
협력업체들의 선금 요구에 1조원 규모 미변제 공익채권이 쌓인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세를 입증하거나 잔존사업부의 인수 대상자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영업재개 이후 닷새간 매출이 437억원으로 영업중단 이전 대비 약 3배 증가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긴급 수혈한 2000억원이 매장을 완전 정상화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에 제공한 대출 보증 등에 대한 수천억원 규모의 상환 의무도 현실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제공한 600억원 규모의 DIP에 대한 원리금을 변제 중이다. 조만간 전액 상환해야 하는 DIP 규모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660억원으로 전해졌다. 이 대출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진행 당시 운영자금으로 투입됐으며, 김 회장 등이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MBK파트너스 주요 경영진이 개인 자산을 담보로 조달해 홈플러스에 투입한 1000억원 규모 자금에 대해서도 일부 원금 상환과 추가 담보 제공 요구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은 일종의 인프라 산업이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직원, 협력사까지 이해관계도 다양하다”며 “그간 일요일 격주 휴무 등 정부 규제도 많았던 만큼, 보조금 등으로 홈플러스 회생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대상자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대형마트 업황이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 있는 매장만 묶어서 매각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