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13 부동산 대책 이후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82조119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1401억원 증가했다. 6월 4조1378억원, 7월 4조183억원 등 두 달 연속 4조원대의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증가폭이 3조원대로 다소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오히려 증가세가 확대됐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621조2730억원으로 7월 말 대비 3조3319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3조7012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이 중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2970억원으로 7월 말 대비 1조544억원 늘었다. 2024년 9월(1조1771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집단대출이 상당폭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완화하면서 은행권의 집단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용대출은 7월 말 대비 1815억원 줄면서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2조1741억원, 6월 2조1150억원, 7월 1조829억원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들어 증가 흐름이 꺾였다. 증시 급락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업대출은 지난달 한 달 새 6조2562억원 늘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신 쪽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05조2319억원으로 7월 말보다 20조292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시로 향했던 자금 일부가 다시 은행 예금으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는 은행권이 지난달 중순부터 선제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 컸다. 은행들은 6월 말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을 제한했고, 7월 중순에는 이를 전면 중단했으며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도 7월부터 잠정 중단해왔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 재개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재개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의 주요 유치 창구인 ‘대출모집인’ 채널을 전격 재개했다. 신한은행은 10월 실행 예정인 주담대·전세대출 신청 접수를 다시 받기로 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11월 실행 예정 신청을 재개했다. 신한은행 측은 “10월분까지 한도가 소진돼 접수를 한시 중단했다가 월초 새 한도가 생기며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을 기존 4조3400억원에서 6조9800억원으로 2조6400억원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서서히 대출 빗장을 푸는 추세를 보이면서, 9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