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내지 않은 채 7년간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50대 남성이 검찰에 붙잡혔다.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 미납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은신처에서 장기 벌금 미납자 A(50대)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홍콩에서 일본으로 금괴 4만여 kg을 밀반출한 밀수 일당의 운반 총책이다. 2019년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함께 단일 사건 역대 최대액인 벌금 1조3000억원대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에 벌금 6623억원으로 감형됐다. A씨는 항소심 판결 이후 석방되자 그대로 잠적했다.
A씨는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교체해 사용하거나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만을 이용하며 검찰의 추적을 따돌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A씨의 범행은 최근 검찰이 관련 기록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검찰 집행팀은 A씨 주변인들의 수상한 동향을 포착한 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를 방문한 기록을 바탕으로 동선을 역추적해 영등포 은신처를 급습했다.
재산정 절차를 거쳐 A씨가 납부해야 할 최종 벌금액은 총 6537억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A씨는 검거 직후 “벌금 시효가 만료됐다”라거나 “남은 재산이 없다”며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 기간은 액수와 상관없이 최대 3년(실형 기간 차감 시 약 2년 8개월)으로 제한되어 있다. A씨가 벌금을 끝까지 내지 않고 노역으로 대신할 경우, 하루 일당은 약 6억6000원(월 200억 원 상당)에 달하게 된다. 전형적인 ‘황금 노역’ 제도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엄정한 형벌 부과만큼이나 철저한 집행이 국가 정의 실현의 핵심”이라며 “향후에도 고액·장기 미납자에 대한 추적을 강화해 형벌권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