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1인가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유통업체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듯하다. 600만명에 육박한 1인가구가 어느 새 핵심 소비 계층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접근성·편의성을 앞세운 편의점 업종이 성장을 지속하고, 대형마트·백화점의 성장이 정체된 점이 이러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유통업체들은 소용량 구매 등으로 대변되는 1인가구의 소비행태를 공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600만 육박한 1인가구, 편의점 최대 수혜
1인가구의 소비패턴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형국이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1인가구의 소비 규모가 2010년 60조원에서 오는 2030년 19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수혜업종이 편의점이다. 씨유(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의 갯수는 어느덧 4만개를 넘어섰다. 이들의 총매출도 지난 2010년 8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 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온라인채널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소량의 물품도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1인가구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인가구는 한꺼번에 장을 보기보다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패턴을 보인다. 소셜커머스, 대형마트의 온라인몰 등에선 늦어도 이틀 내 배송을 완료하고 있고, 온라인채널의 신선식품 취급 범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지난해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3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온라인쇼핑 중 63.6%를 차지하는 모바일쇼핑 거래액(4조290억원)도 같은 기간 22.4%나 증가했다.
반면 과거 핵심 유통채널이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정체기다. 백화점 3사는 3년 연속 출점 계획이 없고,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24년만에 처음으로 점포수가 뒷걸음쳤다.
서용규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가구는 소비시장의 가장 중요한 성장모멘텀"이라면서 "1인가구 증가에 따라 편의점과 온라인·모바일 시장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작고 간편하게…1인가구 겨냥 HMR 경쟁도 심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 2016년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2541억 원으로, 2015년 대비 약 35% 증가했다. 지난 2010년 7700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나 커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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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HMR 코너. 사진=오현승 기자 |
식품업계에선 1인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경쟁도 치열하다. 1인가구가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요리하는 걸 꺼려한다는 점을 노렸다.
한 예로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고메' 등 3대 HMR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미래 식품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별화된 냉동·상온 HMR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우선 오는 2020년까지연구개발에 총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장은 최근 '소비자 빅데이터로 들여다 본 HMR 메가 트렌드와 향후 시장 전망' 발표에서 "1~2인 가구는 물론 다인(多人)가구의 간편식 소비까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HMR시장은 미주나 유럽의 성숙기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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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오현승 기자 |
유제품 배달로 유명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6월 HMR 브랜드 '잇츠온'을 론칭하기도 했다. 모든 제품이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가고 냉동 혹은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식품으로만 유통하는 점이 특징이다.
'상온 HMR의 원조' 오뚜기는 즉석밥, 사골곰탕, 냉동피자 등에 공들이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 5월 국·탕·찌개 HMR브랜드 '국물취향'을 선보였고, 유제품과 빙과류가 주력인 빙그레도 냉동컵밥 노하우를 갖춘 중소기업 '더빱'과 손잡고 '헬로 빙그레'를 론칭했다. 롯데푸드도 평택, 김천 등에 설비 투자를 강화하는 등 HMR을 육성하고 있다. SPC삼립은 샌드위치 등 100여종의 HMR제품을 보유한 브랜드 '샌드팜'을 키우고자 시화공단 내 샌드팜 생산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동원홈푸드 HMR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과 함께 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그간 선호하는 메뉴를 위주로 바쁜 현대인의 요리 및 메뉴선택의 고민을 더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다.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 중에선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 HMR을 표방한 '원테이블(1TABLE)'을 론칭했다.
◇ 포장 줄인 '리사이징' 전략에 1인분 회 배송도
주요 제품을 한 사람이 먹을 정도로 선보이는 것도 식품업계의 주요 트렌드다. 오리온은 35년 만에 다이제의 사이즈를 줄인 '닥터유 다이제 미니'를 출시했다. 지름 40mm의 크기로 부스러기 없이 한입에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빙그레도 지난해 '투게더' 출시 42년 만에 프리미엄 소용량 컵 제품인 '투게더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대상 청정원은 1인분 용량으로 세계 각국의 고유한 소스를 즐길 수 있는 '싱글파우치 파스타소스'5종을 지난 8월 내놨다. 황유진 대상 청정원 마케팅본부 매니저는 "싱글파우치 파스타소스는 요리 후 남은 소스로 고민할 걱정이 없어 1인 가구는 물론 가족들도 부담없이 다양한 소스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편의점업체에서 소량의 회를 주문받아 배송하기도 한다. '혼밥·혼술'(혼자먹는 밥이나 술)트렌드를 겨냥했다.
GS리테일의 GS후레시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목요일 오후 6시 30분까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주문 받은 숙성회 150g을 금요일 하루 동안 소비자가 지정한 곳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배달 대상은 광어회, 연어회, 모둠회(광어+연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김동성 GS후레시 상품기획자(MD)는 "1~2인 가구 중심의 바쁜 현대인들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보다 편리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차별화 상품을 고민하다가 회 배송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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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S리테일 |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