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심화하는 ‘채찍효과"…소비·공급 괴리 ↑

코로나19 기간 중 소비와 공급사슬이 극단적으로 괴리를 보이는 채찍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임정빈 선임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소비와 제조 간 괴리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 폭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4일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국내외 산업계 곳곳에서 소비와 제조 간의 괴리가 커지면서 공급라인에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당장 자동차용 반도체가 크게 부족해지고 있어 우리 제조업체들은 최소 수 천억원대,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수 조원대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주문이 급감하자 대만 부품업체들이 생산을 대폭 줄이고, 인력 조정 및 시설전환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포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는 26주 간의 리드타임이 필요한데, 갑자기 자동차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열심히 노력해도 거의 반년은 잡아먹는 셈이다.

 

소비의 변화에 공급사슬이 극단적으로 변동하면서 대응 시간이 지체되는 채찍효과가 전형적으로 나타난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 가전과 가구, 전동공구 등 구입이 급증했지만 제조업체들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채찍효과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도 운동기구인 바벨과 주방믹서, 매트리스, 컴퓨터용 비디오카메라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트제조업체들은 침체에 대비해 생산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오히려 지난해 미국의 레저용 보트 판매량은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측면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아직도 내수가 크게 부진한 만큼 부족한 제품은 없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한다면 채찍효과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공장가동률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105.3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지난해 연초보다 가동률이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채찍효과는 소비가 줄었다 다시 늘어나는 경우와 소비가 늘어나다 다시 줄어드는 경우 등 양방향으로 나타나는 점이 문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경기회복 및 수요예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이런 점에서 공급사슬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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