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파업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택배노조가 열흘 넘게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사측은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파업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노조가 선거운동을 등에 업고 편법 집회를 강행하자 시민들은 방역 지침을 역행한 ‘집단 이기주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업 56일째·CJ대한통운 본사 점거 12일째를 맞은 21일 택배노조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 택배노동자 2000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대로라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299명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노조는 대선 선거 유세를 집회에 활용하는 편법으로 방역 지침을 피해갔다. 현행법상 대선 선거운동에는 참가 인원 제한이 없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6월 정부 여당과 택배사·택배노조 등은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고 택배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의 23%만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쓰였다며 작년 12월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택배 수수료 인상, 주5일제와 유급휴가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사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의 단식과 함께 우정사업본부와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전 택배사 파업으로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이행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최근 노조의 본사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영업방해 혐의 등으로 택배노조를 고소했다.
지난 20일엔 보건당국에 노조가 선거운동을 빙자한 집회로 방역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특별조치를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전체 2만명으로 이 중 노조 소속은 2000여명 안팎이다. 김슬기 CJ대한통운 비노조 택배연합 대표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쿠팡과 같은 유통회사들이 택배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연대파업까지 주도해 모든 택배기사들의 밥그릇을 깨부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묻고 싶다”며 “무의미한 행동을 이어갈 이유가 없고, 이제 더는 택배노조를 응원해주는 국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노사 간 문제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이뤄진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만 감시할 수 있으며, 노조 파업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의 CJ대한통운 점거 농성 상황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25명을 특정해 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노조의 쟁의행위가 적법한지 여부나,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해선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수사기관 입장에서 먼저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