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전도체가 2차전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도주로 떠올랐다. 아직 검증 단계임에도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업계에서는 2차전지주로 인한 피로감과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는 2차전지 광풍이 불었다.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로 수급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2차전지 관련주에 쏠림 현상이 이어지며 단기 주가 과열 우려가 부각됐다. 과매수권에 진입했다는 시선도 늘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 금양 등 일부 2차전지 기업 경영진이 자사주를 대거 매도하자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돼 투자자들이 동요했다. 2차전지주에 피로감을 느끼던 개인 투자자들이 차기 급등주를 찾기 위해 나섰고 초전도체가 떠올랐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을 띠지 않아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전달할 수 있어 ‘꿈의 물질’로 통한다. 초고속 컴퓨터, 자기 부상 열차 등에 활용된다. 다만 극저온이거나 초고압일 때만 생성돼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는 내용을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시뮬레이션 결과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뒷받침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서남, 덕성, 신성델타테크 등 관련주들이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홀로 기회를 놓칠까 두려움을 느끼는 포모 심리가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주로 옮겨붙었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도 계속됐다.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거나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경우가 늘며 주식 매수 수요가 커졌다.
투자 경고가 잇따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서남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서남은 지난 2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그렸다. 주가 상승률은 178.87%(3030원→8450원)에 달했고 시가총액도 675억원에서 1885억원으로 급증했다. 거래소는 덕성, 신성델타테크 등에 가격 안정화 장치인 변동성 완화장치(VI)를 발동하기도 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초전도체는 과학계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단계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상온 초전도체 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학회는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제작한 (초전도체의)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원영 기자 yeong@segye.com